나는 숭례문 복원에 반대한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가림막중 일부는 며칠 후 투명한것으로 교체된다고 한다.
2007년 2월 11일 새벽, 600여년의 세월을 이겨낸 숭례문은 화마의 공격에 허망하게 무너져 흉물이 되었다.
중구 측은 재빨리 임시 가림막을 설치했고, 오늘 강화된 철제 가림막 설치를 완료했다.
게다가 벌써 복원안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청사진도 공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숭례문을 복원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 뉴시스 / 허경 기자
2008년 2월 현재, 대한민국에는 숭례문 화재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을 포함해, 갖가지 부조리가 넘실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흉물로 변한 숭례문은, '2008년 2월 현재,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다'라는걸 설명하기에 매우 적합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한다.
두고두고 흉물의 상태 그대로 두어, 후세 사람들이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였나요"라고 물어올때 대답대신 고개를 들어 새까만 숭례문을 보게 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훗날 우리나라가 2008년 2월의 우리나라와는 분명히 달라졌을때, 바로 그때가 복원의 적기가 아닐까 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건 아닌 듯 하다.
네티즌들은 숭례문 계속 보고싶어 하지만 - 오마이뉴스 2월 14일자 기사
"잿더미 된 숭례문 그대로 놔두라" 네티즌 잇단 성토 - 경향신문 2월 13일자 기사
"숭례문 복원, 너무 서두르지 말자" - 조선일보 2월 14일자 기사
이중 조선일보의 기사에는 외국의 사례가 다음과 같이 퍽 자세하게 소개되어있다.
(전략) 독일 베를린의 관광 명소인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가운데 높이 솟아 있어야 할 첨탑은 완전히 파괴된 채 흉측한 모습이 돼 있고, 벽면에는 포탄을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 2세가 조상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 유서 깊은 건물은 2차대전 중이던 1943년 11월 연합군의 폭격을 맞아 거의 파괴됐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 독일인들은 이 교회를 '복원'하는 대신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남겨 후세에 교훈이 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났던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그라운드 제로(폭심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참배객을 위한 관람대를 만들었으며,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 때 무너진 산업장려관의 잔해로 '원폭 돔'을 세웠다. (후략)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은 가능한한 빨리 복원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벌써 숭례문의 파편들 중 일부는 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졌다고 한다.
숭례문이니까 속도는 조금 느릴지 몰라도, 이번일도 금세 덮어지고 잊혀지지 않을까 싶다.
...근데 올해 초에 이천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는분 계신가요?

ⓒ 오마이뉴스 남소연
# by Xeizure | 2008/02/15 19:0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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